도시가 깜깜하다. 괴기스럽고 을씨년스러운 검은 빛이 가을을 감돌고 있다.

태우다 못해 그을린 듯 검게 살갗을 선탠하고 머리털까지 파리한 빛이 도는 검정으로 물들인 20대 여성. 찬찬히 살피면 손톱 발톱 입술 눈두덩마저 검게 칠해 놓은 상태다. 물론 블랙,다크 초콜릿,깊은 블랙 따위의 용어로 검정을 달리 표현하고 있기는 하다.

여기에 소재(두께)와 색감(광택)의 차이는 있지만,결국 ‘까맣다’고밖에 할 수 없는 옷 구두 핸드백에 눈동자의 움직임을 은닉하는 검정 선글라스로 마감하고 나선 멋쟁이는 관점에 따라 ‘현대판 저승사자’일 수도 있다. 영결식장에서도 미혼여성은 소복보다 검정 양장을 선호한다.

패션계는 제일 강렬하고 관능적인 색으로 블랙을 꼽는다. 패션전문가 조은주 과장(코오롱상사)은 “불경기에는 블랙이 유행한다거나,악마주의의 산물이라는 등 블랙붐에 관한 패션 외적 해석이 구구하다”면서도 “그러나 패션에서 가장 세련된 컬러는 블랙이다. 화려하지만 천박한 원색에 싫증,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색상을 찾고 보니 블랙이라는 말”이라고 전했다. 블랙은 한 차원 더 고급스러운 색이며 무슨 옷,어느 화장,어떤 체형에도 잘 어울린다는 설명이다.

세련미와 섹스 어필 등 육체 매력에 지상가치를 두는 젊은층은 근본적으로 블랙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그럴싸하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 검정 겉옷이라면 속옷도 당연히 ‘까망’이어야 빈틈이 없다. 색깔별로 ‘시원한 여름색’ ‘따뜻한 겨울색’ 등으로 분류,절기 따라 골라 입는 것이 상식인 중년 여성들은 까만 신세대가 못마땅하다.

멋을 배제한 채 검정을 대하는 시선도 있다. 수리연구가 원추 소장은 “하늘의 구름색을 보고 일기를 예측하듯 유행색은 현 시점의 정치·사회 흐름을 일러준다”며 “우주의 오행,즉 목토화수금을 색채에 적용하면 각각 노랑 검정 하양 파랑이다. 흑색은 물을 뜻하며 속죄 멈춤 가르침 등으로 해석한다. 정치권이 남발하고 있는 용서 참회 포기 추파 등이 고스란히 검정색에 반영돼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스포츠투데이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