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미니멀리즘 혼합…컬러와 컨셉의 변화 주목

일부 진보적인 패션 스타일리스트들은 ‘트렌드는 없다’고 말한다. 대형 업체들이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출시 상품을 구성했을 뿐인데, 대중은 그것을 ‘최근 유행하는 패션 사조(思潮)’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즉 트렌드가 아닌, ‘조작된 트렌드’란 것인데 이런 그들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작된 트렌드라 폄하해도, 그것은 대형 업체들 나름대로의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토대로 도출된 결론이기에 무시할 수도 없다. 이에 본지에서는 업체를 중심으로 이번 시즌 도수테의 2006 F/W 트렌드를 전망하는 자리를 총 3회에 걸쳐 마련했다. <편집자 주>
도수테의 패션화
지난해 아이웨어의 트렌드를 종합하자면 한 마디로‘복고풍’이라 할 수 있다. 커다란 오버사이즈 렌즈와 뿔테 등으로 대변할 수 있는 복고풍의 열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선글라스의 패션 아이템화에 이어 도수테 역시 당당한 패션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 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연예인들이 착용한 안경테를 구입해 렌즈만 빼고 착용하는 일명 ‘공갈 안경테’의 폭발적인 증가는 도수테의 패션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인 것. 이 같은 복고풍과 맞물린 도수테의 패션화는 F/W 시즌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복고풍 & 미니멀리즘
전체적인 프레임의 스타일은 복고풍과 미니멀리즘이 혼합된 양식이 인기를 얻을 것이다.
전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파리와 뉴욕의 패션쇼에서는 간결한 선을 강조한 시크한 라인의 원피스와 자기 사이즈보다 큰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의상이 대거 선보이고 있는데, 도수테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물론 도수테의 패션 아이템화 바람이 거세진 이유에서 그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다리인터내셔날(대표 이상봉)의 최형욱 씨는 “상반기 레트로풍 오버사이즈 선글라스의 강세에 힘입어 195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재클린 캐네디 여사가 사랑했던 일명 재키 스타일이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오버사이즈 선글라스 및 보잉스타일 선글라스의 영향은 이번 F/W 시즌, 자연스럽게 안경테로 이어져 내추럴 룩에 프레임의 질감이 풍부하게 살아있는 재키 스타일의 안경을 매치한 스타일로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을로 들어서면 메탈보다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는 플라스틱 제품군이 올해도 예외 없이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쓰리옵틱(대표 채형오)의 하성호 이사는 “프레임은 메탈, 템플은 플라스틱, 아세테이트인 콤비네이션 프레임이 그 어느 해 보다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것”이란 의견을 밝혔는데 이 같은 믹스&매치 스타일은 지난 5월의 이탈리아 MIDO show에서 뚜렷하게 그 증가세를 드러냈다. 또한 그 같은 경향은 올해 F/W에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계속해서 그는 “이러한 경향은 가을 시즌에 맞추어 새롭게 런칭 되는 하우스브랜드 컬렉션에도 뚜렷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트렌드 컬러는 블랙
프레임의 컬러로 봤을 때 이번 시즌 가장 각광받을 만한 컬러는 블랙이 될 것이다. 장식을 최소한 한 심플한 스타일로 해석되는 미니멀리즘은 간결한 블랙과 만나 올 F/W의 최대 메인 컬러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민옵티칼(대표 송미숙)의 한효석 이사는 “매니쉬와 미니멀리즘의 트렌드에 맞춰, 의상과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사각 블랙 온테가 유행할 것”이라며 “블랙을 위시해 레드나 코어 그레이 등의 강렬한 컬러가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대일인터디자인(대표 이동락)의 윤소영 씨 역시 “중점적으로 도수테는 블랙의 뿔테가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화이트를 비롯한 컬러풀한 뿔테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스타일링에 포인트를 줄 수는 있지만 금세 싫증을 느낄 수도 있기에 프레임을 고를 때 two-tone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업계의 전문가들이 ‘블랙의 강세’를 점치고 있는데, 이는 여전히 그 맹위를 떨치고 있는 복고풍과 올해 초반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미니멀리즘이 혼합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가장 완벽한 무채색’으로 불리는 블랙은 이번 시즌 ‘중세의 우아함’을 테마로 하는 여성복 트렌드에 발맞춰 새틴, 벨벳처럼 고급 소재로 절제된 세련미를 표출하는데 가장 적합한 컬러라는 것. 한편 M2ITC(대표 심기수)의 심호석 팀장은 “블랙이 트렌드 컬러인 것은 분명하나, 단조로운 컬러에서 탈피해 기존의 컬러에 다른 컬러가 가미된 프런트의 투톤 컬러 또는 프레임 안과 밖의 투톤 컬러 등 컬러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려해진 로고 플레이
이번 F/W 대비 런칭한 여러 브랜드의 공통적인 특징을 꼽자면 내추럴 컨셉의 컬렉션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역시 '06 MIDO show에서 가장 각광받는 컨셉으로, 아이웨어 업계에 등장한 내추럴 컨셉은 스톤과 우드 등 다양한 자연 소재와 장식을 응용,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는 기계화된 현대 사회에 대한 염증으로 옛것에 대한 동경, 즉 복고풍의 다른 양상으로 자연으로의 회귀를 소망하는 대중들의 자의식에 호소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구체적으로 룩소티카 코리아가 새롭게 선보인 ‘BVLGARI’의 새로운 컬렉션은 전체적인 색감을 블랙으로 통일했으며, 템플에는 앙증맞은 플라워 장식을 넣어 로맨틱하면서도 심플한 감각을 표출하고 있다. 다리인터내셔날의 ‘Vivienne Westwood’는 블랙과 레드의 마블링 기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그 무늬가 마치 흐드러진 꽃잎을 연상시키고 있다.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브랜드 로고를 응용한 장식의 증가다. 단순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시하는 단순한 목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더욱 강조되고 화려해진 이른바 로고 플레이는 컬렉션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로고 플레이의 확대 풍조에 대해 세원I.T.C.(대표 이원재)의 김상희 과장은 “글래머러스로 요약할 수 있는 여성들 가을 패션 트렌드는 도수테에도 영향을 미쳐 글리터링(Glittering), 즉 반짝이는 소재나 장식을 사용해서 화려함을 강조하는 컬렉션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며 “다양한 컬러의 스왈로브스키, 크리스털을 활용하여 템플의 화려함을 선보인 것들이 메인 트렌드”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과거 선글라스 컬렉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화려한 메탈장식이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룩옵틱스(대표 허명효)가 출시한 ‘Dior’의 컬렉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템플에 꽉 차게 삽입한 로고는 화려한 큐빅으로 장식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