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와의 계약 종료 통보…무한 경쟁의 시발점

라이선스 계약 종료
세계 아이웨어 업계를 석권하고 있는 안경제조 및 유통업체인 이탈리아 사필로(Safilo) 그룹(대표 Vittotio Tabacchi)이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필로 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120개가 넘는 해외지사와 13만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초대형 아이웨어 업체다. 사필로는 20여개의 고급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 에이전시는 다리인터내셔날(대표 이상봉)·룩옵틱스(대표 허명효)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판매 중이다. 현재 사필로와 디스트리뷰터-에이전시의 관계를 맺고 있는 양사는 “사필로와의 계약은 올해 12월 31일로 종료될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올해 진출?
지난 5월부터 ‘사필로가 현 에이전시와 라이선스를 종료하고, 내년부터 국내 직접 진출할 것’이란 소문이 업계에 전해지면서, 갖가지 억측을 낳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본지 조사 결과 대부분의 설(說)은 단지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무기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필로의 진출에 국내 모 대기업이 관련됐다는 설, 사필로가 국내 모 프랜차이즈 업체를 인수·합병할 것이란 설 등 여러 설들이 많은데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현재 국내에서 그 진출에 관한 구체적인 사전작업을 하는 주체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아, 지금은 어떤 명확한 확인된 사실이 없다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사필로 본사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사필로는 내년이 아니라 올해 진출을 완료할 것이며, 이미 백화점 진출에 대한 사전작업이 끝났다고 했다”며 “예컨대 사필로는 룩소티카(LUXOTTICA)가 국내 법인을 설립, 그 후 브랜드 관리에 매진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현재 국내에는 사필로의 진출을 앞장서서 주도하는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따라서 사필로의 진출 이후 시장 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들이 무성한 것.
또 다른 업계의 유력 인사는 “그들의 국내 진출은 형태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 결국은 모두 같은 목적”이라며 “글로벌 기업의 직접 진출, 시장 장악은 모두가 수년 전부터 예상했던 것이다. 이제 그에 대한 준비가 잘된 업체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이 시작된 것”이란 의견을 피력했다.

진출 시점에 관한 문제
사필로 소유의 ‘Dior’‘GUCCI’‘YVES SAINT LAURENT’‘Max Mara’등 4개 브랜드의 국내 에이전시인 룩옵틱스는 지난 6월경 계약 종료를 통보 받고, 현재 조직 재정비 중이다.
이는 룩옵틱스의 대표 브랜드인 Dior, GUCCI 등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준비 작업으로 규모의 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룩옵틱스 홍보실의 김흔하 과장은 “사필로의 브랜드를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쉽지만, 이후‘FENDI’‘COACH’‘MICHAEL KORS’‘Calvin Klein’‘ck’‘NIKE’등의 브랜드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사필로와의 계약 종료 후에는 룩옵틱스 주력 브랜드의 디스트리뷰터가 되는 미국의 마천(MARCHON) 그룹과 더욱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사필로가 라이선스 계약 종료와 함께 곧바로 진출하는 것에 다소 의문을 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이전시가 가진 재고의 문제가 있는데, 그 재고정리 기간도 없이 곧장 그들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정말 의외”라며 의아함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다리인터내셔날의 이현기 기획이사는 “자사는 사필로와 10월 이후의 재고물량을 그들이 모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며 “남는 물량을 사필로가 가져가기로 했기에, 자사는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물량을 유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룩옵틱스는 이 부분에 대해 “현재 그 문제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작된 거대 업체와의 경쟁
현재까지의 정보를 종합했을 때 사필로의 국내 진출은 이미 ‘설’이 아니라 ‘기정사실’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제 내년부터는 세계 아이웨어 업계 No.1과 2가 같은 한국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견된다. 이것이 현실화 됐을 때 우선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국내 업체에 끼칠 악영향이다.
자본력과 마케팅 등에서 비교가 되지 못하는 국내 업체들은 그들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고, 결국 우리 시장을 외국 거대 업체들이 석권할 것이란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것. 국내 한 아이웨어 업체의 대표는 “이제 그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시대의 대세가 됐다. 사필로 진출은 외국 업체와의 무한 경쟁의 시발점”이라며 “우리 업계 스스로의 혁신을 바탕으로 외국 거대자본과의 경쟁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라이선스 계약 종료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갖고 이를 키워 나가는 일본 업계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김태용 기자(aca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