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소비시장, 중국의 면모 드러내… 국내업체의 분발 시급

거대 소비시장, 중국의 면모 드러내… 국내업체의 분발 시급
2006 CIOF 급부상과 국내업체의 과제
지난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 북경의 국제전시회장에서 개최된 제19회 중국국제광학전시회(19th China International Optics Fair, 이하 CIOF)는 우리 안경시장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행사였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번 CIOF의 현장취재를 바탕으로, CIOF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이것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해봤다.

아시아 최고 규모의 광학전
“중국 시장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던 전시회였습니다.”
‘CIOF에 대해 전체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전시회를 참관하고 돌아온 한 업체의 대표는 “솔직히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 등 퀄리티적인 면에서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 했지만 그 성장 속도가 매년 빨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제 ‘중국산은 저가제품’이란 고정관념은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의 광학전’을 자랑하는 CIOF답게 이번 행사는 총 6개관의 40,000㎡의 넓은 공간에 약 790여 업체가 부스를 마련했다. ‘중국 국내 시장 위주의 광학전’이란 혹평에도 불구하고 한국·일본·미국·프랑스·독일 등 20여개 국가의 업체도 참가해, 국제광학전에 걸맞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특히 연일 관람객으로 붐빈 전시장은 ‘거대 소비시장’이란 중국을 확인시켜 줬는데, CIOF 조직위원회의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자료는 안 나왔지만 이번 CIOF의 관람객은 적어도 4만 3천여명 이상일 것”이라며 “이는 전세계 광학전 중 top 3 안에 포함되는 규모”라고 밝혔다.
전시 규모와 함께 다양한 전시 품목 역시 놀라운데, 안경테와 렌즈, 광학기기 등 안경관련 용품은 물론 패션 아이템과 심지어 아이웨어의 소재로 사용된다는 우각(牛角)까지 넓은 부스를 가득 채우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상해상시가안경유한공사의 이해 사업부이사는 “전시 규모와 물량 등 여러 면에서 중국 최고의 광학전인 CIOF는 이제 ‘중국 최고’에서 ‘세계 최고’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CIOF에 대한 만족과 기대를 표시했다.

업체들의 높은 만족도와 개선점
참가 업체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 100곳의 부스를 무작위로 선정해 즉석 설문을 실시한 결과, ‘매우 만족한다(38%)’와 ‘만족한다(24%)’의 비율이 과반수를 차지했다.(표1 참조)
이에 대해 온주시이아미안경유한공사의 셜리 진 씨는 “세계 품질에 뒤지지 않는 중국산 안경의 퀄리티와 다양한 컨셉의 디자인에 관람객 모두 찬사를 보냈다”며 “CIOF는 성장하는 중국 안경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무대”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조직위의 업체에 대한 배려 역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업체들 역시 이번 CIOF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할만한 광학전’이란 것에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직접 현장에 부스를 마련한 하나메디콘의 성기정 대표는 “자사는 3년 연속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소비자 의식수준이 매년 급성장하는 것을 느낀다”며 “2008 북경올림픽 등 사회적 변화 때문인지 중국 시장의 비중은 전년대비 100% 성장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미그라스(대표 이성재)의 중국 현지법인인 개미광학의 조후운 소장 역시 “피부로 느끼는 참관객과 바이어 숫자는 감소한 듯 하지만 실질적인 소매점 관계자들은 확실히 증가했다”며 “중국 안경업계의 명절로 불리는 CIOF인 만큼 전체적으로 만족할만한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부스를 차린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직위에서는 4만명 이상의 관람객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업체가 바라는 해외바이어의 숫자는 작년에 비해 급감했다”며 “국제적인 바이어를 중심으로 열리는 홍콩광학전에 비해, 중국 국내 소비시장을 위주로 하는 CIOF이기에 해외바이어의 감소는 감안하고 있지만, 관람 편의시설의 부족 등 전시 인프라의 미비가 아쉽다”고 말했다. 아랍 에미리트에서 온 바이어, 마호메트 압둘자바 씨는 “세계적 아이웨어 트렌드에 비해 중국은 한 템포 늦은 감이 있다”며 “또한 여전히 카피 컬렉션이 많이 눈에 띄어, 중국 정부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시급한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CIOF에는 국내 아이웨어 업체의 참가가 전무하다시피 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국내 유명 안경렌즈와 콘택트렌즈 업체가 중국 현지법인 이름으로 참가한 것에 비해, 아이웨어 업체는 365DAY(대표 정덕범)의 현지법인 부스만이 눈에 띄어 대조를 이뤘다. 이런 CIOF의 아이웨어 업체 참가 저조에 대해 현지에서 만난 국내 한 아이웨어 업체의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중국에서 OEM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가. 즉 생산공장이 중국으로 옮겨갔기에 CIOF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며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는 가격과 디자인, 퀄리티 등 모든 면에서 중국 현지 업체와의 경쟁력에서 밀리기에, 참가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더 이상 상대적 우월감은 없다
전반적으로 이번 CIOF는 성장하는 중국 안경산업을 증명하는 값진 기회였다.
전시 참가 업체의 숫자와 전시품의 수준 등 종합적인 평가에서 조직위의 ‘성공적인 전시회’라는 자화자찬을 넘어, 진실로 중국 최대(最大)·최고(最高)의 광학전이었다. 하지만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안경업계에 비해 이제 가격은 물론이요, 디자인과 퀄리티에서도 더 이상 한국이 상대적 우월감을 가질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참관한 국내 안경인들을 씁쓸하게 했다. CIOF를 둘러본 국내 한 아이웨어 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이미 진부한 주제일 것”이라며 “그들에 비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우리 안경인 모두는 진지한 자기반성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용 기자(aca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