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껏 그녀들 미소가 느껴진다. 
본사에서 멀찌막이 떨어진 곳에 'creative room'이 있었다. 쉽게 표현하면 창조 개발실이다. 처음엔 "엥! 안경회사에 무슨 창조 개발실", 호기심보다는 '요식'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디귿 형의 좁은 계단을 몇 회 돌아 종이와 책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사무실에 도착했다. 배경은 블랙이다. 사무실 크기에 비해 외부가 한눈에 보이는 넓은 유리창은 '작네'라는 느낌을 일거에 일소했다. 
 
'creative room'에 근무하는 직원은 총 5명, 모두가 여성이다. 그녀들에게서 받은 첫 느낌은 '잔잔하다' 그리고 ''표정이 참 맑다'였다. 브리핑 받는 내내 동양에서 온 클라이언트에게 시선과 미소 지음을 잃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미소는 멘탈이 지배한 강요, 습관이 아닌 반가움과 공감 그리고 환영의 미소였다. 후에 수석 디자이너를 통해 알게 됐는데 'creative room'은 안경이라는 기능에 가치라는 오브제를 덧입히는 디테일을 창조하는 부서라고 말했다. 안경테를 금속과 플라스틱 조합물이라는 일차원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절대 이해불가 부서인 셈이다.    
 
벌써 독일 다녀온 지 한 달 됐다. 출발 전엔 쉽게 갈 수 없는 회사를 방문한다는 자부심과 기대감이 참 컸다. 때문에 견학 중 새롭게 '앎'을 누락 시키지 않으려 매 순간순간 노심초사했다. 특히 그들의 브랜드 사랑과 열정에서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가를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를린 호텔에 묵었던 3일, 이른 새벽에 찾았던 슈프레 강변의 고즈넉함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비 오는 새벽길 러닝은 다년간 의 출장 중 최고로 맛있는 사색을 선물해 줬다. 계획대로라면 하이델 베르크에 도착해 레카 강변도 달려 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기차를 역방향으로 타는 실수로 레카 강의 추억은 다음으로 미뤘다. 
 
이번 출장에서 가장 큰 소득은 '사람 얻음'이다. 어려움은 그 사람 됨됨이를 알려주는 거울이라고 누군가가 그랬다. 해결될 가능성이 적은 돌발 상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혹시 상처받을까 봐 서로를 배려해 주는 마음, 그 마음이 겨울 기차역의 하룻밤을 따뜻하고 즐겁게 해 줬다.    
 
늦게나마 아이씨 베를린 방문 기회를 주신 장중태 대표님과 랄프 안데르 대표님께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