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혈관 ‘디지털 검진’ 실명 예방

국내에서 사고를 제외하고, 질병으로만 매년 수천명의 사람들이 시력을 잃는다. 대표적인 원인이 50세 이후에는 황반변성, 전체 연령을 통틀어서는 당뇨성 망막증이다. 황반변성은 눈에서 시력을 담당하는 망막의 중심인 황반 부위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성되면서 시각을 감지하는 황반세포가 파괴돼 시력을 잃는 노인성 질환이다. 당뇨망막증은 당뇨병의 영향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막히는 질환으로 혈관이 막히면 눈속에 출혈과 함께 섬유혈관막이 생겨나고, 이것이 망막 등과 엉겨붙어 망막을 손상시키는 병이다. 이런 질환으로 인한 실명이란 불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눈이 침침한데… =눈과 관련한 대표적인 검사는 시력검사, 안압검사, 안저검사 등이다. 건강검진에도 시력과 안압검사 등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안압검사는 녹내장을 조기발견하는 목적으로 주로 시행된다. 황반변성이나 당뇨성망막증의 발병은 주로 안저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안저검사는 간단히 말해 눈의 망막에 있는 미세한 혈관의 사진을 찍어보고, 혈관이 손상됐는지, 불필요한 혈관이 생겼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카메라를 이용해 일반사진처럼 찍는 방식이 아직은 주로 쓰이지만, 요즘은 디지털 기법을 이용한 검사법이 도입되고 있다.

◆ 안저검사란 =지난 3일 서울대병원 안과를 찾은 김모(65)씨. 고혈압이 조금 있고, 오른쪽 눈이 침침해서였다. 검사 전에 안약을 넣었다. 그리고 디지털안저촬영기에 얼굴을 갖다댔다. 흑백 모니터에 눈 속의 혈관의 모습이 떠올랐다. 형광액 3㏄를 팔에 주사한 뒤 10초쯤 지나자 혈관이 선명한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망막 혈관에 이상이 없는 사람들은 혈관만 선명하게 보이다가 원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황반변성이나 당뇨성 망막증 등으로 혈관에 이상이 있으면 형광액이 혈관 밖으로 흘러나갈 수 있다. 2분쯤 지나서 다시 검사하자 김씨의 오른눈 황반 주변을 흰색의 띠가 둘러 있는 것이 보였다. 문제가 생긴 혈관에서 형광액이 누출돼 나와 고여있는 것이다. 이 검사의 정확한 이름은 ‘형광안저혈관조영검사’다.

◆ 이상이 발견되면 =초기에는 망막 미세혈관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약물 등을 복용하기도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황반변성의 치료법으로는 그동안 수술이나 레이저 등이 쓰였으나, 황반세포를 함께 파괴하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광감각제를 사용하는 광화학요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수약물을 주입한 후 망막에 강도가 매우 약한 레이저를 쏘면, 약물과 레이저가 화학반응을 통해 독성물질을 만들어내며, 이것이 신생혈관만 없애고, 주변 조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치료법이다.

당뇨성 망막증이 진행되면 손상된 망막에 레이저를 쏘아 더 이상의 신생혈관의 생성을 억제하고 출혈을 감소시키는 레이제광응고술 등이 쓰인다. 하지만 시력을 회복시켜주지는 못한다. 이보다 더 악화되면 눈 속에 유리체라는 젤리 같은 투명한 물질에 엉겨 있는 피떡이나 섬유혈관막을 제거하는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안과 유형곤 교수는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망막질환도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며 “당뇨와 고혈압이 있고, 50세 이후 서서히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은 망막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발췌